
젠더리스 소비자에게 직접 소구하는, 보다 정교하고 심도 있는 마케팅 전략
지난 글에 이어 젠더리스 소비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저 역시 젠더리스 패션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 주제를 더 깊이있게 공부하고 싶더라구요.)
이전 글에서 언급한 젠더리스 소비자를 타겟으로 한 마케팅 전략은 사실 모든 패션 소비자를 향한 마케팅이기도 합니다.
'젠더리스'라는 개념을 활용해 더 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이제 소개해드릴 전략들은 젠더리스 소비자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그들만을 위한 특별한 대화를 시도하는 전략입니다.
젠더리스 소비자는 단순히 '남녀 공용 옷'을 찾는 것이 아니라 패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자신이 존중받고 있음을 확인하며, 자신이 지지하는 가치와 브랜드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매우 세심한 소비자층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그들을 위한 마케팅은 그들의 내면에 깊이 공감하고, 그들의 가치를 대변하며, 그들의 '나다움'을 응원하는 방식으로 시작되어야 합니다.
1. 성별을 지우는 것을 넘어 정체성을 담아내는 커뮤니케이션
1) 젠더 중립적 언어 사용을 넘어선 '선언'
단순히 '남성복', '여성복'이라는 용어를 삭제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을 담은 강력한 '선언'을 해야 합니다.
예시로 "우리는 옷에 성별을 규정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누구이든, 당신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옷을 만듭니다"와 같은 메시지는 젠더리스 소비자의 가치관에 직접적으로 공명합니다.
이는 단순히 마케팅 문구가 아닌, 브랜드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있겠죠.
2) 명확한 '젠더리스(Genderless)' 라벨링
’남녀 공용'이라는 모호한 표현 대신 '젠더리스' 또는 '젠더 뉴트럴(Gender-neutral)'이라는 단어를 명확히 사용하면 어떨까요?
이 제품이 성별 구분을 의도적으로 지우고 디자인되었음을 강조해주겠죠.
이는 젠더리스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는 신뢰를 줍니다.
3) '당신'이라는 주체에 초점
"이 옷은 당신을 위한 옷입니다"와 같은 메시지는 성별이라는 집단적 정체성을 배제하고 '개인'이라는 주체에 집중하는 젠더리스 소비자의 특성을 정확히 공략합니다.
'젠더'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아닌 '개성', '취향', '가치관'을 중심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2. 진정한 다양성을 담은 비주얼 마케팅
1) 성별 구분 없는 모델링
남성 모델이 스커트를 입거나 여성 모델이 남성복 스타일의 오버사이즈 수트를 입는 것을 넘어, 남성 모델과 여성 모델이 한 의상을 각자의 개성에 맞게 스타일링하여 보여주는 룩북을 제작해야 합니다.
이는 '누가 입든 상관없다'는 메시지뿐만 아니라, '옷 자체의 매력'과 '개인의 스타일링 능력'을 부각시킬 수 있죠.
2) 비전형적인 모델의 적극적 활용
마르고 전형적인 몸매의 모델 대신 다양한 체형, 인종, 연령대의 모델을 기용해야 합니다.
특히 논바이너리(Non-binary) 등 기존의 성별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 모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의 방안은 브랜드가 젠더 다양성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는 강력한 시그널이 됩니다.
* 논바이너리 (Non-binary)
논바이너리는 자신의 성 정체성이 남성이나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성별 분류에 속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자신이 남성도, 여성도 아니라고 느끼거나, 두 성별 모두를 자신과 동일시하거나, 그 중간 어디쯤이라고 느끼는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체성을 가집니다. 논바이너리는 트랜스젠더의 한 종류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이는 자신의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논바이너리 사람들은 '그들/그들의(they/them)'와 같은 성 중립적인 대명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개인의 정체성을 존중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3. '나다움'을 실현하는 사용자 참여형 마케팅
1) 스타일링 챌린지
"우리 옷으로 당신의 젠더리스 스타일을 보여주세요"와 같은 소셜 미디어 챌린지를 기획하여,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옷을 파는 것을 넘어, 소비자들이 젠더리스 패션을 통해 '나다움'을 찾고 표현하는 과정을 브랜드와 함께하도록 유도합니다.
2) 고객이 고객에게 하는 스토리텔링
옷을 착용한 고객의 사진과 함께 그들이 젠더리스 패션을 선택한 이유, 그리고 그 옷이 주는 의미에 대한 스토리를 인터뷰 형식으로 담아내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합니다.
이는 잠재 소비자에게 큰 공감과 영감을 주며, 브랜드가 단순한 상품 판매자가 아닌 '가치'를 공유하는 존재로 인식되도록 만듭니다.
4. 지속가능성과 가치의 결합
1) 친환경 소재 '젠더리스' 강조
친환경 소재를 사용했음을 알리는 것을 넘어, "젠더리스 제품은 성별 구분 생산이 없어 재고 낭비를 줄입니다. 이는 곧 환경 보호로 이어집니다"와 같이 젠더리스라는 특성 자체가 지속가능성에 기여한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이는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젠더리스 소비자에게 강력한 구매 동기가 됩니다.
2)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소비자가 자신의 체형이나 스타일에 맞게 옷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젠더리스 소비자에게 있어 '핏'은 성별에 규정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서비스는 개성을 중시하는 이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줍니다.
5. 젠더리스 문화에 대한 이해와 지지의 표현
1) 관련 커뮤니티 지원
LGBTQ+ 커뮤니티나 젠더 다양성을 지지하는 단체에 대한 지원 활동을 펼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젠더리스 소비자는 자신이 지지하는 브랜드가 단순히 상업적인 이득을 위해 젠더리스 트렌드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 가치를 존중하고 실천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말해보겠습니다.
* LGBTQ+
LGBTQ+는 성소수자를 통칭하는 약어입니다. LGBTQ+는 단순히 성적 지향(누구에게 성적으로 끌리는가)뿐만 아니라 성 정체성(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가)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이는 사회적, 문화적으로 성소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연대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2) 다큐멘터리/콘텐츠 제작
젠더리스 패션의 역사, 그 의미, 그리고 젠더리스 패션을 통해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나 웹 콘텐츠를 제작하여 브랜드 웹사이트나 유튜브 채널에 게시해야 합니다.
이는 브랜드의 깊이와 진정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젠더리스 소비자들이 공감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합니다.